'과학적 근거 없는 행정 편의주의'...예방적 살처분 적용 논란 가열
'과학적 근거 없는 행정 편의주의'...예방적 살처분 적용 논란 가열
  • 장희원 기자
  • 승인 2021.01.08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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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국 확산에 살처분 크게 늘어...지난해 10월 이후 1,400만 마리 살처분 돼
예방적 살처분 논란 확산...해외와 비교해도 살처분 조치 과하다는 목소리 커

[램인터내셔널=장희원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축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은 비과학적이며 실효가 없는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적을 확산된 고병원성 AI로 현재까지 전국에서 약 1,4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이중 약 1,300만 마리가 AI 발생하지 않은 농장에서 기르던 가금류로 예방적 조치로 살처분이 진행됐다.

정부는 현재 AI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 가금류 농장에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AI관련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발생농장 500m~3㎞ 이내에서 지자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의해 살처분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축산관련단체와 동물보호단체 등은 정부가 AI 발생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살처분 반경 3km 적용을 고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역학 조사를 통해 바이러스 유입이 의심되는 농장만 살처분을 진행하거나 개별 농장의 방역 수준을 점검해 우수 농장은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AI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의 모든 가금류 일체를 살처분하고 있다"며 "묻지마식 싹쓸이 살처분 정책을 전국 모든 지역에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동물 대학살일 뿐만 아니라 축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내 예방적 살처분이 비과학적이고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쓰인다는 목소리도 높다.

AI 발생농장 반경 3km라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의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이유다. 3km 이내 농장 가금류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해도 AI는 종식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사람 혹은 차량 이동으로 전파된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발생 농장 3km 이내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발처분 대상이 되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와 비교해도 국내에서 살처분 조치가 너무 쉽고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본은 AI 발생농장의 닭과 오리만 살처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발생농장 반경 3km를 보호구역으로, 반경 10km를 감시구역으로 설정하고 보호 및 감시구역에서의 조류의 이동을 금지시킨다. 

정부의 대규모 살처분 조치에 반대 성명을 낸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해외도 대규모 살처분을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반경 3km 전체를 일률적으로 살처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거부한 산안농장에서 키우는 닭들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거부한 산안농장에서 키우는 닭들

이런 목소리에 정부는 아직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행정 명령 시행을 거부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 산안농장에 대해 화성시는 지속적으로 계고장을 보내고 강제 집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은 AI 발생농장 3km 이내에 위치해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장이 됐지만 경기도와 화성시가 지원하는 동물복지형 방역선진화 농장'에 선정되는 등 높은 방역체계를 갖췄다는 이유로 살처분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생매장 등 동물을 의식 있는 상태에서 도살할 경우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의 비인도적인 살처분을 방지하는 조항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10년간 약 7천만 마리의 동물이 땅에 묻혔다는 보고가 있다"며 "예방적 살처분으로 일관하기보다 끊이지 않는 동물 감염병 사태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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