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②가축의 오랜 고통의 역사, 기술이 해결책 될까
[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②가축의 오랜 고통의 역사, 기술이 해결책 될까
  • 장희원 기자
  • 승인 2021.07.06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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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 마자 죽는 수평아리...병아리 암수 구별 기술로 대량 학살 막아
인공지능 이용한 면역력 관리로 가축의 질병 고통·살처분 위험도 낮춰줘
'소를 소답게 키우는' 울타리 없는 방목 사육도 가능

[편집자 주] 고양이나 강아지를 가정에서 키우는 가구 수가 늘어나고,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가축은 어떨까. 가축에 대한 동물복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머물러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이 최근 가축의 우리 사육을 금지하고 운송 거리를 제한하는 등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는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램인터내셔널은 '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기획을 통해 가축의 동물복지 국내 실태와 글로벌 동향, 개선 방향성을 짚어 본다.

[램인터내셔널=장희원 기자] 가축은 오랫동안 사람의 편의를 위해 길러져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잔인한 일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행해져 왔다.

병아리 대량 학살과 가축을 좁은 우리에 가둬 키우는 공장식 축산이 대표적 사례다. 인간 중심으로 인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관례처럼 이뤄진 일들이 최근 동물복지가 강화되며서 변화의  중심에 놓였다. 

변화의 시기 축산업의 오랜 문제점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술이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동물이 고유의 특성을 억압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태어나자 마자 죽는 수평아리...병아리 암수 구별 기술로 대량 학살 막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걀로 병아리 성별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산란계로 쓰일 병아리가 수컷으로 태어나면 알을 낳을 수 없어 쓸모가 없다. 수컷 병아리는 날이 장착된 기계에 갈리거나, 이산화탄소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는 운명이다.

미국 식품·농업연구재단(FFAR)에 따르면 한 해 전세계에서 학살되는 수평아리 수는 무려 60억 마리에 달한다. 이같은 잔인한 학살을 막기 위해 부화 전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오보는 달걀 상태에서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출처=In ovo
인오보는 달걀 상태에서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이미지 출처 : 인오보 홈페이지)

네덜란드 기업 '인 오보(In ovo)'는 달걀 상태에서 병아리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달걀이 이동하면 달걀에서 체액을 소량 추출해 성별을 감별해 암컷 달걀만 부화시키는 원리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달걀에서 태어난 수평아리를 불필요하게 학살하지 않아도 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그XYT'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 종류의 빛에 노출되면 형광색을 띄는 방법으로 숫컷 배아를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암컷에게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아 실제 부화하는 암컷 병아리는 유전자 조작 논란에서 자유롭다.

특수한 빛으로 유전자 조작된 수컷 배아를 확인하고 있다. 출처=EGGXYT LTD
특수한 빛으로 유전자 조작된 수컷 배아를 확인하고 있다.(이미지 출처=에그XYT)

미국 FFAR은 병아리 학살을 막는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상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정부가 나서 병아리 학살을 규제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5월 28일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수평아리 학살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독일 주요 식품소매업체 레비마크트 내년부터 수평아리를 죽이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 달걀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는 지난해부터 대량 학살과 무관한 방식으로 생산된 달걀만 판매하고 있다. 까르푸는 달걀을 밑에서부터 촬영해 깃털 색으로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가격은 6개들이 달걀 기준, 기존 대비 약 10% 비싸다. 까르푸는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기술로 생산한 달걀 공급을 연간 4000만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면역력 관리로 가축의 질병 고통·살처분 위험 덜어준다

공장식 사육으로 인해 가축은 질병에 더 자주 감염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주요 가축 질병의 경우 질병 확산 차단을 위해 인근 가축들까지 살처분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마릿수는 2,993만4000만 마리에 달한다. AI가 발생한 농장은 109곳이지만 2018년 개정된 정부의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 농장 반경 3km 이내 살처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ASF가 확산되면서 돼지 1억4천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열악한 축산 환경과 반복된 바이러스 확산에 노출된 가축들은 매년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살처분 위협까지 받고 있다. 또, 가축 질병 치료를 위한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가축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는 인공지능과 바이오데이터 분석 기술로 가축 질병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보통 가축이 아픈 뒤에 항생제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과 달리, 가축의 면역량 강화를 통해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데 집중해 질병과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가축의 고통을 덜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을 개발해 축사에 설치된 CCTV로 가축의 이상 행동을 파악하고, 가축 채혈을 통해 다양한 생체 정보를 얻는다. 한국축산데이터에 따르면 팜스플랜이 적용된 농장은 이전보다 최대 80%의 항생제 사용량 절감 효과를 얻었다.

팜스플랜으로 관리받은 돼지고기 자료=한국축산데이터
한국축산데이터의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 팜스플랜 관리로 생산된 돼지고기

팜스플랜으로 면역 관리를 받은 건강한 돼지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현재 삼겹살, 목살, 앞다릿살 등 여러 부위가 판매되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확산하는 동물복지 트렌드에 발맞춰 면역력을 강화한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달걀, 소고기 등 축산물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를 소답게 키우는' 울타리 없는 방목 사육

공장식 축산으로 키워지는 가축은 일생을 좁은 울타리나 축사 안에서 보낸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주어지는 먹이를 먹고 자라는 소는 그만큼 자연 속 본연의 습성대로 사는 법을 잊게 된다. 노르웨이 애그테크 스타트업 ‘노펜스(Nofence)’는 가축의 목에 장착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해 울타리 없이도 소들이 넓은 지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했다.

IoT 기기로 소의 자유 방목을 돕는 노펜스.(이미지 출처 : 노펜스 홈페이지)
IoT 기기로 소의 자유 방목을 돕는 노펜스.(이미지 출처 : 노펜스 홈페이지)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여러 유럽 국가는 소를 축사에서만 사육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울타리가 설치된 한정된 곳에서만 소를 방목해 키우면 주변 목초지가 빠르게 고갈되는 문제가 있다. 목초지가 고갈되면 새로운 목초지에 다시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데 농가 입장에선 매번 이 울타리를 세우는 비용이 여간 부담이 아니다.

노펜스는 전기신호와 소리를 전달해 가축을 미리 설정한 가상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게 하는 목걸이를 제공한다. 이 목걸이를 통해 소는 자유롭게 넓은 초지를 이동하며 자연 속에서 본연의 습성에 맞게 자랄 수 있다. 

농장주는 노펜스 앱으로 손쉽게 가축을 방목할 지역을 설정하고, 목걸이에 탑재된 GPS로 가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울타리를 설치하기 어려웠던 고산지대, 자연 보호 구역 등 다양한 지역에서도 가축을 방목할 수 있어 이전보다 더 넓은 목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노펜스는 2017년 노르웨이 식품안전당국으로부터 가상 울타리 서비스에 대한 승인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1만 7,000개의 목걸이를 시장에 보급했다. 농가들의 서비스 이용 시간은 총 3천만 시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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