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축산업 탄소중립 첫 걸음...전 세계 곳곳 불협화음 속출
쉽지 않은 축산업 탄소중립 첫 걸음...전 세계 곳곳 불협화음 속출
  • 장희원 기자
  • 승인 2021.10.12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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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온실가스 16.5%를 차지하는 축산업 메탄 줄여기 위해 세계 곳곳 대책 마련 나서
탄소중립 위해 축산업 고삐 죄는 북아일랜드·네덜란드...가축 수 30% 감소 강행 나서기도
뉴질랜드·미국은 "축산업계 눈치보기"...목표 수치 줄이거나 구체적 논의 피해

[램인터내셔널=장희원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 영향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국가가 늘면서 축산업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와 이해관계자 간의 불협화음이 전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거대한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그 속도와 정도, 방법에 대한 이견을 당장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의 약 16.5%에 달한다. 특히 소의 방귀나 가축 분뇨 등 축산 농가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1배 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산업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요구가 높다. 

각국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업 분야 온실가스 저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작지 않다.

◆탄소중립 위해 축산업 고삐 죄는 북아일랜드·네덜란드

오는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표한 북아일랜드에서는 최초의 기후 법안이 지난 5월 의회를 통과됐다. 해당 법안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5개년 계획을 포함한 법적 틀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농축산업 관계자들은 아일랜드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농업이 과도한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의회 전경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북아일랜드 의회 전경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농축산업은 북아일랜드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식음료 협회(Northern Ireland Food and Drink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농축산물 연간 매출은 50억 파운드(약 8조 1,456억 원) 이상이며, 생산된 농산물의 약 80%가 해외에 수출된다.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의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에는 메탄을 덜 배출하는 가축에 대한 선택적 번식과 메탄 발생량을 줄이는 사료로 가축의 먹이를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아일랜드의 농업과학기관인 AFBI(Agri-Food and Biosciences Institute)는 해조류가 메탄 저감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기후 법안에 찬성하는 녹색당 소속 클레어 베일리 의원은 "농업을 위협하는 내용은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축산 관계자들은 법안에 회의적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 시한인 2045년까지는 시간이 너무 없어 육류 및 유제품 생산량을 50% 줄여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과도한 규제로 농업 생산량이 감소하면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급진적인 축산업 온실가스 감축 계획 추진에 나섰다. 네덜란드 정부는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가축 수를 3분의 1로 줄이는 것을 강제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19년 네덜란드 최고 행정법원에서 과잉 질소를 줄이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유럽연합(EU)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네덜란드 정부는 고속도로 속도를 100km/h로 제한하고,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EU의 최대 육류 수출국으로서 1억 마리의 가축을 기르는 네덜란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축산업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양의 질소 화합물이 포함된 가축 분뇨는 인근 하천이나 토양을 오염시켜 자연 서식지를 파괴한다. 네덜란드 농업부는 국가 면적이 좁아 질소 화합물 문제가 이미 자연이 수용 가능한 한계에 도달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농업부는 가축 수 30%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농부의 탄소 배출권과 토지를 정부에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농업 단체는 크게 반발하며 트랙터로 도로를 차단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행동에 나섰다. 또, 강제 토지 수용 대신, 자발적인 농장 폐쇄를 위한 지원금 제공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에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질랜드·미국 "축산업계 눈치보기"...목표 수치 줄이거나 구체적 논의 피해

뉴질랜드는에선 농축산업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반발이 일고 있다. 그린피스 뉴질랜드는 탄소 중립 계획에 '소 모양의 구멍'이 있다며 정부가 축산업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질랜드 목초지 풍경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뉴질랜드 목초지 풍경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뉴질랜드 기후변화위원회(Aotearoa Climate Change Commission)는 지난 9월, 오는 2035년까지 뉴질랜드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을 63%,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17%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질랜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은 농업에서 배출되며, 특히 축산업이 농업 배출량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뉴질랜드 환경단체들은 전체 온실가스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목표치가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농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료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보수적인 농축산업 관계자와의 마찰을 피하고자 엄격한 환경 규제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정부는 농업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농축산인에게 금전적인 유인책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탄소 감축 목표의 하나로 스마트 농업과 바이오 연료 개발, 탄소 포집 기술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농업 분야 탄소 중립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대규모 축산업과 낙농업의 본거지가 위치한 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농축산업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비대립적, 비규제적 접근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기후변화 관련 의제는 여전히 해당 주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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