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질병통제 전문가 "정부 보상 제도가 축산 농가 도덕적 해이 불러"
가축 질병통제 전문가 "정부 보상 제도가 축산 농가 도덕적 해이 불러"
  • 송지우 기자
  • 승인 2019.06.2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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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보상 줄이고 현물보상으로 바꿔야"
"현장 공무원 사기진작 위해 '성과급' 시스템 보완해야"
강신석 충북동물위생시험소 중부지소 방역팀장

[램인터내셔널=송지우 기자] "정부의 지나친 보상 제도가 축산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강신석 충북동물위생시험소 중부지소 방역팀장은 오랜시간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같은 국가적 질병 시 국가가 과도한 보상을 해줘 농가에서 사전예방에 힘을 쏟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강 팀장은 충북, 음성지역을 중심으로 서코바이러스 항원검사 등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등 국내 대표 가축 질병통제 전문가로 꼽힌다. 1986년에 경상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2005년 건국대 의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국내 발생 구제역 바이러스(foot-and-mouth disease virus)의 특성과 전파력에 관한 연구'(2000), '도축장에서의 구제역 방역 문제점 및 대책'(2001) 등 총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첫 구제역 발생은 1934년이. 지난 2011년에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약 30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이후 방역에 힘써왔지만 올해 1월까지 최근 5년동안 매년 구제역이 발생했다.

강 팀장은 사전예방이 안되는 원인 중 하나로 국가의 과도한 보상제도를 꼽았다. 정부는 질병 발생 후 살처분농가에 가축입식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을 살처분할 경우 가축 평가액의 80%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구제역 발생 농가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보상금에서 40%를 감액한다.

강 팀장은 "정부가 가축입식자금을 과도하게 주기 때문에 농가가 가축을 안이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질병이 걸렸을 경우 집단행동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어차피 보상 해줄텐데라는 마음을 갖고 있어 일선 농가의 사전예방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 털어놓았다. 그는 "농가에서 직접 소독약을 사서 소독을 하는게 아니라, ‘왜 소독약을 주지 않느냐면서 정부에서 사주는 것만 기다리고 있더라심지어 과거에 AI와 구제역이 한창 터졌을 때 나눠준 소독약을 3년 동안 안 쓴 농가도 있었다. 소독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석 충북동물위생시험소 중부지소 방역팀장

이어 "축산 농가에서 방역이나 소독을 안해도 소독기록부에 기록하면 소독한 것이 되니 실제 소독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가의 사전방역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파악한 전라남도는 오는 7월 1일부터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해도 보상금이 감액될 수 있다. ▲소독 설비나 방역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축산 관계 시설 출입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 ▲축산 관계 시설 출입 차량에 무선인식장치를 장착하지 않거나 ▲전원을 끄거나 훼손·제거한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이는 전라남도에만 해당한다.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강 팀장은 "현재는 가축 질병 발생시 ''불이익'은 없고 보상만 있으니 이를 바꿔야 한다"며 "가축이 질병에 걸리면 몇 년동안 그 농가에서는 가축 사육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가축입식자금도 '현금' 지원이 아닌 '현물'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금이 아닌 현물로, 돼지가 죽었으면 그 수만큼의 돼지로 보상을 하는 현물 방식으로 바꿔야 '자금 지원'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현장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시스템 보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강 팀장은 "구제역이나 AI 발생시 최일선에서 몸으로 뛰는 인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성과급을 주는 등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밤새도록 일해도 월급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동기부여가 적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를 수행하는게 쉽지 않다"며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과급 정책 재검토와 인사평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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